나스닥100 ETF 비중을 줄이게 된 건 수익률보다 흔들림 때문이었다
회의실에서 테이블 밑으로 스마트폰을 숨겨보던 시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 주식에 눈을 떴을 때, 저를 가장 매료시켰던 것은 단연 나스닥100 지수의 화려한 과거 백테스팅 그래프였습니다. 각종 유튜브 채널과 투자 블로그에서는 지난 10년간 S&P500을 가볍게 짓누르고, 심지어 부동산 수익률마저 압도하는 나스닥100 ETF의 성과를 보여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술 혁신은 영원하다. 젊을 때 수익률이 높은 나스닥100에 올인해야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라는 말은 당시 월급만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막막했던 제게 절대적인 복음처럼 들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매달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생활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드머니를 국내 상장 나스닥100 ETF와 미국 현지의 QQQ에 쏟아부었습니다. 상승장에서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가 눈에 보였고, 주변 동료들이 S&P500이나 배당주를 모을 때 속으로 '왜 저렇게 답답하게 천천히 가는 길을 택할까?'라며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거만한 기대는 인플레이션 공포와 함께 찾아온 거대한 조정장에서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연준(Fed)의 금리 인상 발언이 나올 때마다 나스닥은 하루에 3%, 4%씩 수직 낙하했습니다. S&P500이 1% 하락하며 숨을 고를 때, 나스닥100은 그 2~3배의 속도로 계좌를 녹여내렸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일상이 망가지는 것이었습니다. 오후 3시 부서 전략 회의 중에도 몰래 테이블 밑으로 스마트폰을 열어 미국 나스닥 선물 지수를 확인했고, 파란불이 가득한 화면을 보며 심장이 내려앉아 회의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더 싸게 살 기회라며 마이너스 통장까지 끌어와 '물타기'를 시도했지만, 끝을 모르는 하락세에 결국 현금 실탄은 모두 고갈되고 말았습니다. 매일 밤 11시 반 미국 개장 시간만 되면 심장이 두근거려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결국 멘탈이 한계에 달했던 저는 장중 최저점 부근에서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나스닥100 ETF의 절반 이상을 손절매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야속하게도 시장은 제가 매도한 지 불과 몇 주 뒤부터 거짓말처럼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그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나서야 저는 깊은 절망감 속에 제 투자의 근본적인 판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보글과 버핏이 말한 진실: 생존하지 못하면 복리도 없다
손절매의 아픔을 겪은 뒤, 저는 왜 내가 투자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철저하게 복기했습니다. 그때 저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준 것은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보글과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오래된 격언들이었습니다.
워런 버핏은 "투자의 제1원칙은 절대 돈을 잃지 않는 것이고,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절대 잊지 않는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존 보글 역시 "최고의 수익률을 쫓는 포트폴리오보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투자자가 시장에 끝까지 남아있게 만드는 포트폴리오가 훨씬 더 위대한 포트폴리오다"라는 통찰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저는 '수익률 극대화'라는 하나의 목표에만 눈이 멀어 있었습니다. 나스닥100은 분명 훌륭하고 뛰어난 자산이지만, 그 자산이 가진 극심한 변동성은 저라는 평범한 직장인의 심리적 한계치를 아득히 초과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산이 고점 대비 30% 이상 폭락(MDD)할 때 겪는 심리적 고통은 단순히 계좌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 본업의 집중력, 가족과의 관계, 일상의 수면 질까지 송두리째 파괴했습니다.
투자에서 복리(Compound Interest)의 마법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간'이라는 연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 시간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장에서 쫓겨나지 않고 '생존'해야 합니다. 아무리 연평균 15% 이상의 기대 수익률을 가진 자산이라 하더라도,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가장 어두운 구간에서 바닥에 던져버린다면 그 기대 수익률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신기루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포트폴리오에서 나스닥100 ETF의 비중을 과감하게 줄이기로 결심한 것은 그 자산의 미래가 어두워서가 아니라, 제 일상을 지키고 시장에서 영원히 살아남기 위한 냉정한 구조적 선택이었습니다.
실전 체크포인트 4가지: 수익률의 환상에서 벗어나 깨달은 것들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나스닥100 ETF를 포트폴리오에서 다루며 확립하게 된 실전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MDD(최대 낙폭)와 인간 심리의 비대칭성을 인정할 것 계좌가 10% 하락할 때의 스트레스와 30% 하락할 때의 스트레스는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20%를 넘어서는 하락을 겪는 순간, 뇌는 이성적인 판단을 멈추고 '생존을 위해 당장 도망쳐야 한다'는 원시적인 공포 반응을 일으킵니다. 나스닥100은 구조적으로 30% 이상의 MDD를 언제든 경험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자신의 멘탈이 이 폭락을 평온하게 견딜 수 없다면, 그 자산의 비중은 무조건 자신의 심리적 그릇 크기에 맞춰 줄여야 합니다.
2. 주도주 쏠림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 나스닥100이 가진 화려한 수익률의 비밀은 소수의 빅테크 종목에 대한 극단적인 집중도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두 개 리딩 기업의 실적이 삐끗하거나 독점 규제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내 자산 전체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산업 섹터가 고르게 분산되지 않은 자산에 자산의 100%를 거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위험천만한 외줄 타기입니다.
3. 현금과 안전자산은 수익률을 깎아먹는 짐이 아니라 방탄조끼다 과거 저는 계좌에 현금이 1원이라도 남아 있으면 기회비용을 날리는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폭락장에서 현금 비중이 없다는 것은 적군의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맨몸으로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포트폴리오에 단기채권이나 파킹통장 형태의 현금성 자산이 일정 비율 존재할 때 비로소 주식 자산의 폭락을 관조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생기며, 진짜 위기가 왔을 때 저가 매수를 실행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4. 본업의 집중력이 파괴되면 투자도 끝난다 직장인의 가장 확실한 현금 흐름 창구는 주식 계좌가 아니라 매달 나오는 월급입니다. 과도한 변동성 상품에 투자하여 회사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성과가 떨어지거나 승진에서 밀린다면, 이는 가장 큰 투자 자산인 '자신의 노동 가치'를 훼손하는 꼴입니다. 본업에 충실하여 인센티브를 받고 연봉을 높이는 것이 주식 시장에서 몇 퍼센트의 수익률을 더 내기 위해 차트를 째려보는 것보다 장기 자산 형성 속도를 훨씬 빠르게 만듭니다.
봉재리가 실전에 적용한 '안정성 우선' 포트폴리오 전략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후, 저는 제 포트폴리오의 뼈대를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현재 제가 일상의 평온을 유지하며 꾸준히 자산을 우상향시키고 있는 구체적인 행동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코어-위성(Core-Satellite) 전략 도입과 비중 조절: 더 이상 나스닥100 단일 상품에 올인하지 않습니다. 제 주식 포트폴리오의 70%(Core)는 산업이 고르게 분산되고 변동성이 비교적 낮은 S&P500 ETF와 배당 성장 ETF로 꽉 채웠습니다. 그리고 나스닥100 ETF는 계좌 수익률에 탄력을 더해주는 위성(Satellite) 자산으로 분류하여 전체 주식 비중의 딱 30% 이내로만 제한합니다. 이 비중은 나스닥이 반토막이 나도 제 계좌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15% 이내로 제한되므로, 밤에 푹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철저한 바벨 전략: 자산의 30%는 무조건 현금성 자산 유지: 주식과 현금의 비율을 7 대 3으로 엄격하게 고정했습니다. 전체 시드머니의 30%는 CMA나 연 4% 안팎의 수익을 주는 단기채권 ETF에 넣어둡니다. 주식 시장이 크게 오르면 주식을 일부 팔아 현금 비중 30%를 맞추고, 시장이 폭락하면 현금을 헐어 주식을 사들이는 리밸런싱을 6개월에 한 번씩 기계적으로 실행합니다. 이 안전장치 덕분에 하락장이 와도 '싸게 살 수 있는 쇼핑 시간'으로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투자 자동화와 MTS 노출 차단: 매달 월급날 다음 날, 적립식 투자 금액이 비율에 맞춰 자동으로 S&P500과 나스닥100 ETF로 분할 매수되도록 은행 및 증권사 자동이체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제 스마트폰 메인 화면에서 증권사 앱(MTS) 아이콘을 폴더 깊숙한 곳으로 숨기고, 모든 주가 변동 알림을 꺼버렸습니다. 시장을 감시하던 에너지를 회사 업무와 운동, 가족과의 시간에 온전히 쏟으면서 삶의 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최고의 수익률을 내는 화려한 투자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동안, 내 뒤에서 묵묵히 그리고 안전하게 내 자산을 지켜주며 천천히 불려주는 우직한 투자 시스템을 만드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