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회의실, 파티션 밑으로 떨리는 스마트폰을 숨기던 시절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 제 포트폴리오에는 오직 단 하나의 절대 진리만 존재했습니다. "젊은 직장인은 당장의 얄팍한 배당금에 눈을 돌리면 안 된다. 세상을 바꾸는 미국 기술주와 나스닥100 ETF 같은 고성장 자산에 월급을 100% 밀어 넣어야 은퇴할 때 수십억 자산가가 될 수 있다!" 수많은 투자 서적과 경제 매체에서 외치는 장기 우상향의 마법은 너무나 매혹적이었고, 저는 매달 급여가 들어올 때마다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돈을 성장 중심 ETF에 집어넣었습니다. 상승장에서는 정말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계좌 잔고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것을 보며, 배당주나 가치주를 모으는 동료들을 속으로 '왜 저렇게 느리고 답답한 길을 갈까?'라며 은근히 깔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함께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쳤을 때 제 얄팍한 자만심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나스닥을 비롯한 성장 ETF들은 연일 폭락을 거듭했습니다. 고점 대비 계좌 손실율이 -10%를 넘어 -20%, -30%로 치닫자 일상이 완벽하게 무너졌습니다. 회사에서 9시부터 6시까지 정신없이 업무를 쳐내야 하는데도, 머릿속은 온통 파란불로 도배된 주식 계좌 생각뿐이었습니다. 오후 3시 부서 회의 중에도 테이블 밑으로 몰래 스마트폰을 열어 미국 나스닥 선물 지수를 확인하며 심장이 두근거렸고, 멘탈은 바닥을 쳤습니다. 가장 비참했던 것은 '현금 흐름의 부재'였습니다. 계좌 원금은 몇십만 원, 몇백만 원 단위로 허공에 날아가고 있는데, 제 손에 쥐어지는 돈은 단 1원도 없었습니다. 생활비는 빡빡하고, 주가는 끝없이 추락하며, 시장에서 오는 어떠한 위로도 없는 극도의 고립감. 결국 저는 장기 투자라는 본래의 계획을 지키지 못하고, 계좌 손실율이 -35%를 찍던 가장 어둡고 공포스러웠던 어느 날 밤, 눈물을 머금고 성장 ETF의 절반을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