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오르는 불장에서 오히려 매매 횟수를 줄이게 된 이유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습관처럼 HTS와 증권 앱을 켭니다. 아침에는 출근 준비를 하며 밤사이 마감된 미국 시장의 지수를 확인하고, 저녁에는 국내 시장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복기하는 것은 봉재리의 오랜 루틴입니다.

포트폴리오는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는 ETF와 알파벳 같은 글로벌 우량주 위주로 나름 탄탄하게 세팅해 두었습니다. 하락장에서는 그나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이 녀석들이, 오히려 시장이 불을 뿜는 강세장에서는 제 마음을 어지럽히는 원인이 되곤 했습니다. 증시는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우상향하는데, 내 계좌의 묵직한 주식들은 거북이처럼 천천히 기어갔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직장인 재테크 오픈 단톡방이나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화려한 수익 인증샷이 올라왔습니다. "AI 주도주 타서 일주일 만에 30% 먹었습니다", "테마주 단타로 월급 벌었네요" 같은 글들을 볼 때마다 묘한 박탈감이 밀려왔습니다. 내 계좌도 분명히 수익이 나고 있고 빨간불인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지금 바보같이 굴고 있는 건가?", "지금이라도 내 무거운 주식들을 팔고 저 달리는 말에 올라타야 하나?" 하는 조급함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덜 번 것 같아서' 흔들렸던 것입니다. 결국 FOMO(Fear Of Missing Out)를 이기지 못하고 일부 비중을 덜어내 급등하는 주도주로 갈아탔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내가 사자마자 귀신같이 조정이 시작되었고, 홧김에 손절하고 나니 다시 주가가 오르는 전형적인 '엇박자'를 타게 된 것입니다.


왜 잦은 매매는 계좌를 녹아내리게 할까

이 뼈아픈 실패를 겪고 나서야 존 보글이나 워런 버핏 같은 대가들이 왜 그렇게 '가만히 있으라(Stay the course)'고 강조했는지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하락장에서 멘탈이 무너져 돈을 잃는다고 생각하지만, 직장인 개인 투자자들이 계좌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불장'에서의 잦은 매매입니다.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우리의 수익률은 필연적으로 낮아집니다.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발생하는 거래세와 증권사 수수료, 그리고 호가창에서 발생하는 슬리피지(Slippage) 비용은 가랑비에 옷 젖듯 원금을 갉아먹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꾸 사고팔다 보면 진짜 크게 상승하는 주도주의 장기 상승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5% 수익이 났다고 기뻐하며 익절하고 나면, 그 주식은 50%, 100% 더 날아가 버립니다. 자꾸 거래하면 결국 자잘한 수익만 챙길 뿐, 복리의 마법을 누릴 수 있는 긴 호흡의 투자는 불가능해집니다. 생각보다 상승장에서 주도주 하나를 진득하게 들고 가며 크게 번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중간에 털리거나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느라 바빴기 때문입니다.


실전 투자를 위한 3가지 멘탈 체크포인트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저는 불장을 대하는 몇 가지 명확한 체크포인트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1. 불장에서는 공포보다 FOMO가 계좌를 더 빨리 망친다: 하락장의 공포는 차라리 앱을 끄고 외면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상승장의 FOMO는 나를 자꾸 매매 창으로 이끌어 클릭하게 만듭니다. 수익이 나고 있는데도 남과 비교하며 조급해지는 순간, 이성적인 판단은 마비됩니다.

  2. 회전율은 수익률의 가장 큰 적이다: 나의 투자 아이디어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흔들리지 말고 보유해야 합니다. 잔파도를 타려다 거대한 해일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3. 상승장일수록 기본 원칙이 무너지기 쉽다: 평소 철저하게 자산 배분과 분산 투자를 하던 사람도, 장이 좋아지면 욕심에 눈이 멀어 특정 섹터에 몰빵하거나 무리한 레버리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나의 본래 투자 성향(장기 투자, 배당 투자 등)을 망각하는 순간 위기가 찾아옵니다.


직장인 봉재리의 포트폴리오 생존 전략

나중에 돌아보니 문제는 종목이 아니라, 잘 가는 장에서 괜히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았던 제 조급함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볼 수 없는 9 to 6 직장인에게 최고점과 최저점을 맞히는 타이밍 매매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처럼 체감 포모가 큰 장세일수록 오히려 새로운 종목을 좇기보다 기존 포트폴리오를 우직하게 지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첫째, 매월 월급날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해진 ETF와 핵심 우량주를 기계적으로 자동 매수합니다. 감정이 개입할 틈을 아예 차단하는 것입니다. 둘째, 어떤 강력한 불장이 와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최소 10~20%는 무조건 현금(CMA나 파킹통장)으로 유지합니다. 이 현금은 시장이 발작을 일으키며 폭락할 때 내 멘탈을 지켜주는 든든한 방어막이자 훌륭한 매수 총알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업무 시간 중에는 MTS 앱에 접속하는 빈도를 극단적으로 줄였습니다. 종목의 일일 등락률을 보는 대신, 한 달에 한 번 전체 자산 군의 비중만 점검하며 리밸런싱을 진행합니다. 매매 횟수를 줄이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고, 결과적으로 수익률도 시장 평균을 안정적으로 추종하기 시작했습니다.


💡 봉재리의 투자 원칙 3줄 요약

  1. 강세장에서는 남들과 내 계좌를 비교하며 생기는 FOMO와 조급함이 가장 큰 적이다.

  2. 매매 횟수(회전율)가 늘어날수록 마찰 비용이 커지고, 주도주의 장기 상승 랠리를 온전히 누릴 수 없다.

  3. 시장을 이기려는 타이밍 매매 대신, 월급날 자동 매수와 철저한 현금 비중 유지로 나의 일상을 지켜야 한다.

본 블로그의 내용은 개인의 투자 경험과 철학을 기록한 일지입니다. 특정 자산의 매매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투자에 따른 모든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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